아드리아해의 고요한 보석, 페라스트. 베네치아풍 건축과 성당의 위엄, 그리고 바다 위 섬 성당 ‘Our Lady of the Rocks’까지. 유럽의 가장 낭만적인 마을을 함께 걷습니다.
베네치아 유산: 시간을 품은 도시
페라스트는 몬테네그로 코토르만의 숨은 진주입니다. 언뜻 보기엔 조용한 어촌 같지만, 그 안에는 수백 년 동안 쌓여온 베네치아 제국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석조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햇살을 받으며 따뜻한 베이지색으로 빛나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은 중세의 시간을 거닐게 합니다. 해안가를 따라 걷다 보면, 선박을 관리하던 부유한 선주들의 저택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곳곳에 새겨진 조각 장식과 섬세한 창문들은 그 시대의 부와 예술적 감각을 증명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선박을 감시하던 망루들, 작은 예배당, 그리고 돌계단 하나하나가 모두 역사입니다. 특히 페라스트의 해안 산책로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해변가 카페의 파라솔 아래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저 멀리 부드럽게 일렁이는 아드리아해의 풍경이 어우러져 여행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킵니다. 걷다가 작은 항구에 이르면, 하얀 보트들이 물 위에 가볍게 떠 있고, 바다 냄새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피부를 스칩니다. 이곳 페라스트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하루의 걱정이 부드럽게 씻겨 내려갑니다.
성당의 아름다움: 고요한 믿음의 상징
페라스트 중심에는 단아하게 솟은 성 니콜라스 교회(St. Nicholas Church)가 있습니다. 이 성당은 마을 사람들에게 신앙의 중심이자, 삶의 축이 되어온 곳입니다. 우뚝 솟은 종탑은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띄며, 맑은 날이면 코토르만 너머까지 그 모습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성당 앞 광장에 서면, 조용히 흐르는 바람과 함께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종탑을 올려다보는 순간, 그 단단하고도 섬세한 석조 세공에 감탄하게 됩니다. 성당 내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단아한 아름다움이 사람을 더욱 겸허하게 만듭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성당 안을 부드럽게 채우며,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이들의 실루엣을 아련하게 비춥니다. 벽면에는 고풍스러운 종교화와 함께,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흔적이 배어 있습니다. 성당 주변 골목에는 작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골목을 걷다보면 이따금 아이스크림을 들고 웃는 어린이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믿음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따뜻한 삶의 풍경입니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깊고 잔잔한 시간에 몸을 맡기게 됩니다. 그리고 알게 됩니다. 페라스트의 진짜 매력은 화려함이 아니라, 조용하고 깊은 울림에 있다는 것을.
바다 위 섬: Our Lady of the Rocks
페라스트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잠시 후 신비로운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Our Lady of the Rocks(바위 위의 성모 성당)'입니다. 이 인공섬은 전설과 믿음, 그리고 사람들의 끊임없는 헌신이 만든 기적 같은 장소입니다. 15세기 어느 날, 두 어부가 바다 위에서 성모 마리아의 그림을 발견한 이후, 그 자리에 섬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후 수백 년 동안 돌을 바다에 던져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성당을 세웠습니다. 인간의 노력과 신앙이 빚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아름다운 섬입니다. 섬에 다가가는 순간,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성당의 모습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듭니다. 하얀 벽과 푸른 돔이 빛나는 햇살과 아드리아해의 푸른색에 조화를 이루며, 마치 꿈속 풍경처럼 펼쳐집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선원들이 남긴 수많은 감사의 기도와 헌물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은으로 만들어진 모형 배, 항해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자수품, 그리고 고풍스러운 종교화가 섬의 역사와 전통을 이야기합니다. 성당 옆 작은 박물관에서는 이곳의 전설과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항해지도, 선박 모델, 종교 유물들은 이 작은 섬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세월 사람들의 염원이 모인 성지임을 일깨워줍니다. 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잔잔히 흐르는 시간을 느껴보세요. 부드러운 바람과 바다 내음, 성당의 종소리가 어우러져, 마음 깊숙한 곳까지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방문지가 아니라, 여행자의 기억 속에 평생 남을 특별한 장소입니다.
결론: 페라스트,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유럽
페라스트는 거대한 도시나 화려한 명소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작음 속에 담긴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베네치아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거리, 조용한 믿음이 살아 숨 쉬는 성당, 그리고 인간의 염원이 빚어낸 바다 위 섬까지. 이곳을 걷고, 바라보고, 느끼는 순간,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됩니다. 아드리아해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페라스트가 전하는 조용한 감동을 마음에 새겨보세요. 유럽의 많은 마을 중에서도, 이처럼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곳은 드뭅니다. 이번 여행, 페라스트에서 진짜 시간을 걷는 여유를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