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Chios)는 그리스(Greece) 동쪽 에게 해에 위치한 중세 감성이 가득한 섬으로, 향신료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지역입니다.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마을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서인 이 섬은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여행지를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죠. 이번 글에서는 키오스의 중세 마을 풍경, 고대 요새 탐방, 그리고 전통 향신료 시장의 매력을 중심으로 이 섬의 진짜 얼굴을 소개합니다.
1. 중세 마을을 걷다: 마스타호코리아의 골목길
키오스 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마스타호코리아(Mastichochoria) 지역입니다. 이곳은 '마스티하'라는 특산 향신료가 자라는 곳으로 유명하며, 마을 전체가 중세풍 석조 건물과 좁은 골목길로 구성돼 있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가장 대표적인 마을은 피르기(Pyrgi)와 메스타(Mesta). 두 마을 모두 그리스 섬 특유의 흰색 벽이 아닌, 회색 석조 + 흑백 기하학 벽화로 외관이 꾸며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벽면마다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어 '길 전체가 예술관'이라는 느낌을 주며, 곳곳에는 수제 비누, 오일, 향신료 가게들이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을 카페에서는 마스티하 향이 들어간 디저트나 음료도 즐길 수 있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오감으로 즐기는 중세 체험이 가능하죠. 도시의 소음과 관광객의 붐비는 길에서 벗어나, 이 조용한 마을에서 한 발짝씩 중세를 걸어보는 것—그것이 키오스만의 감성입니다.
2. 요새 위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역사
키오스 섬은 과거 로마와 제노바, 오스만 투르크까지 다양한 문명의 흔적이 교차한 역사의 요지였습니다. 그 흔적을 직접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가 키오스 성(Chios Castle)입니다. 이 요새는 바다를 마주한 성벽 위에 세워져 있으며, 지금도 그 위에 올라가면 푸른 에게 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성 내부에는 고대 무덤, 탑, 오스만풍 모스크까지 혼재돼 있어 건축적 다양성도 흥미롭습니다. 성벽 일부는 실제로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성 주변은 관광지화되지 않아 인파도 적고, 조용히 산책하거나 앉아 사색하기 좋은 장소로도 손꼽힙니다. 또한 키오스 성을 포함한 여러 요새는 야경 명소로도 인기 있는데, 해가 진 뒤 성벽에 조명이 비춰지면 고요한 섬 전체가 은은한 황금빛으로 물들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사진만 찍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키오스라는 섬이 어떻게 역사를 품고 살아왔는지를 느끼는 공간입니다.
3. 향신료 시장에서 만나는 오감의 체험
키오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신료 ‘마스티하(Mastiha)’의 주산지입니다. 이 나무에서 나오는 수지는 항균 효과, 구강 건강, 심지어 미용용으로도 다양하게 쓰이며, 유럽에서는 고급 향신료로 분류됩니다. 섬 중심지의 전통 시장에 가면, 마스티하를 포함한 다양한 향신료, 허브, 오일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시장에는 상점 외에도 노점 형태의 상인들이 다양한 식재료와 기념품을 진열해두고 있고, 직접 향을 맡고 맛을 보며 고를 수 있는 체험형 판매가 이루어지죠. 또한 마스티하 박물관에서는 이 향신료의 역사와 채취 과정, 가공법까지 알 수 있어 학습적 측면에서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기성 관광지의 딱딱한 기념품 가게와는 다른, 살아 있는 장터의 감성과 향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키오스 여행에서 꼭 한 번은 들러야 할 곳입니다. 여행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짜 향기’를 찾는다면, 키오스 시장은 오감으로 남는 기억이 될 것입니다.
키오스 섬은 그리스의 수많은 섬 중에서도 가장 ‘향기롭고 고요한’ 매력을 가진 곳입니다. 관광지라는 이름보다는, 시간이 멈춘 듯한 마을과 유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에 가까운 이곳은, 화려하지 않아 더 특별합니다. 중세 마을의 돌길, 고요한 요새, 그리고 진짜 향기를 전해주는 시장까지—이 세 가지는 키오스를 기억하게 만드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북적이는 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을 찾는다면 키오스는 반드시 리스트에 올려야 할 섬입니다.